가짜뉴스는 왜 쉽게 믿게 되는 걸까?
명백히 허위라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그것을 믿고, 퍼뜨리곤 합니다. 우리는 왜 가짜뉴스에 쉽게 속아 넘어가는 걸까요? 단순한 정보 부족이 아닌, 인간 심리의 깊은 구조를 통해 그 이유를 분석합니다.
가짜뉴스, 단지 정보의 문제가 아니다
"가짜뉴스에 속지 마세요." 이 말은 이제 뉴스 소비의 기본 경고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자극적인 뉴스에 끌리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공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현상을 단순히 ‘정보 판단 능력이 부족해서’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가짜뉴스는 내용이 충격적일수록, 내가 이미 믿고 싶은 내용일수록 더 빠르게 전파되고 더 깊이 각인됩니다. 이는 정보가 아니라 감정과 인지의 문제입니다.
확증 편향: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다
가짜뉴스가 통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입니다. 사람들은 기존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왜곡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이 그에 반하는 뉴스를 봤을 때, “이거 조작된 기사야”라고 반응할 확률이 높습니다. 반면 자신의 입장과 맞는 자극적인 정보는 설사 출처가 불분명해도 “봐라, 내가 맞았잖아”라는 식으로 받아들이죠.
결국 가짜뉴스는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신념의 확인이라는 목적에 봉사하게 됩니다. 진실보다 ‘내가 맞다는 감정’이 더 중요한 순간, 우리는 기꺼이 허위 정보에 동조합니다.
가짜뉴스는 감정을 겨냥한다
진짜 뉴스는 설명하려 하고, 가짜뉴스는 자극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자극은 대부분 감정입니다. 분노, 불안, 공포, 혐오 같은 감정은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기입니다.
“이걸 보고도 가만히 있겠습니까?” “당신 아이가 이런 일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감정에 호소하는 문장은 사람들의 이성을 차단하고, 반사적인 행동—공유, 분노, 배척—을 유도합니다. 이때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그 감정이 나의 불안을 건드렸느냐입니다.
가짜뉴스는 그래서 종종 합리성보다는 극적인 이야기 구조를 택합니다. 누가 ‘피해자’고 누가 ‘악당’인지 명확하게 구분하며,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시키죠. 그렇게 감정은 빠르게 끓고, 진실은 그 안에서 증발합니다.
반복 효과와 기억 왜곡
놀랍게도, 거짓도 여러 번 들으면 진실처럼 느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를 ‘진실 환상 효과(illusory truth effect)’라고 합니다. 같은 정보가 반복되면 우리는 그 내용을 점점 익숙하게 여기고, 결국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됩니다.
가짜뉴스는 이 점을 이용합니다. SNS, 커뮤니티, 유튜브, 카톡 단톡방 등에서 같은 내용이 반복될수록, 사람들은 "이 정도면 뭔가 있긴 한가 보네"라는 인상을 갖게 됩니다. 이는 기억의 구조가 연상 작용에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짜뉴스는 ‘사실처럼 보이게’ 구성됩니다. 사진, 자막, 그래픽, 통계 등을 이용해 신뢰감을 주는 포장을 더하면, 사람들은 그 출처를 확인하기보다 신뢰의 외양에 반응하게 됩니다.
정보 피로와 판단 회피
오늘날 우리는 과잉 정보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백 개의 뉴스, 알림, 콘텐츠가 쏟아지죠. 이런 환경에서는 하나하나의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럴 때 사람들은 인지적 에너지 절약 전략을 사용합니다. 즉, 빠르게 판단하고, 직관에 의존하며, 익숙한 감정이나 문맥에 따라 ‘믿을지 말지’를 결정하죠. 가짜뉴스는 이 순간을 노립니다. 정제되지 않은 감정에 편승하는 간단한 해답을 제시함으로써, 피로한 사람들의 인지를 꿰뚫습니다.
결국 가짜뉴스에 속는 건 멍청해서가 아니라, 지친 상태에서 본능에 가까운 판단을 내린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가짜뉴스에 저항하기 위한 태도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가짜뉴스의 홍수 속에서 이성을 지킬 수 있을까요?
첫째, 정보를 ‘소비’가 아닌 ‘검토’ 대상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정보는 믿는 게 아니라, 의심하고 비교해야 하는 대상입니다. 출처를 확인하고, 의도와 맥락을 살펴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둘째,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을 경계해야 합니다. 정보에 분노하거나 극도로 불안해질 때, 일단 멈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감정이 내 판단을 흐리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다양한 정보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도 방법입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관점도 일부러 접해보는 훈련은, 확증 편향을 깨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결론 : 가짜뉴스는 인간 심리를 노린다
가짜뉴스는 단순히 틀린 정보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 심리의 빈틈을 파고들어 만들어진, 정서적 설득 장치입니다. 진실보다 감정에 호소하고, 신뢰보다 속도에 의존하며, 논리보다 믿음을 자극합니다.
그렇기에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일은 단순히 ‘팩트체크’만으로 끝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스스로의 감정, 신념, 판단 방식까지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가짜뉴스에 속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 속임수를 인식하고, 다시 질문을 시작하는 태도는 분명 훈련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이 혼탁한 정보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져야 할 성숙한 시민 의식 아닐까요?